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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보통의 존재

by by072 2012. 5. 3.

 

 

산문집 '보통의 존재' 는 이석원의 처녀작이다

그는 밴드 '언니네 이발관' 의 보컬이지만 이를 책에서 밝히지 않았다

나이 탐험가 이석원

프로필은 이게 전부다

 

책의 서문에는 이렇다 할 프롤로그가 없다

그냥 그렇게 이음새를 두지 않고 슬며시 이야기를 시작한다

마치 연인이 어물쩍 손을 잡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책의 내용 또한 맺고 끊음이 없다

날짜 없는 일기장을 보는 느낌이다

그 안은 삶으로 가득 차 있고 낮고 얕은 선율을 따라 작가의 어린 시절, 가족, 결혼, 사랑에 대한 단상을 촘촘히 보여준다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데 아름다움이 없고 아름다움을 이야기하지 않는데 아름다움으로 가득 찼다

40평생을 살아온 작가의 고찰은 그렇게 책의 곳곳에 찐득하게 붙어 있다

 

그는 순간 포착을 잘한다

혼자가 왜 좋은지 엄마와의 대화는 왜 짜증이 나는지 어째서 로맨틱 코미디를 즐겨 보지 않게 되는지

얕은 목소리로 왜 그러하는지에 대해 혹은 자기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며 담담하게 속삭인다

아니 우리에게 말을 건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 우리를 책 속으로 녹아들게 한다

그것은 작가가 켜켜이 쌓아둔 삶의 굴절이 완연히 책에 비쳐졌기 때문일 것이고

우리는 그것을 그대로 수긍할 만한 보통의 존재이기 때문이리라

카테고리 없는 누군가의 데모 테이프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느낌처럼

이 책은 보고 또 봐도 지치지 않는다

오히려 꼭꼭 씹을수록 찰지고 달다

첫맛은 시큼하나 뒷맛은 개운한 듯 투명하다

특히 사랑에 대한 이석원의 탐구는 길고 긴 여운을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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